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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식품 물가’ 관련 정부 간담회 신경전

반년 만에 3번째…식품 CJ·대상·롯데웰푸드 등 17개 사-외식 10개 사 참석 한훈 차관 “원가 부담 경감 지원…물가 안정 협조 바라” 업계 “코코아·생두·원초 등 원가 상승 요인 감내 어려워” “가격 인상 불가피…소비자 부담 최소화 방향으로 조율” 외식 “E-9 비자 5년 업력·한식 업종 제한 규정 완화를”

2024-05-03     이재현 기자

한훈 농식품부 차관이 식품·외식업계에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작년 말부터 반년도 안돼 3번째 요청이다. 최근 연이은 식품·외식 가격인상 움직임에 또 다시 나선 것이다.

한 차관은 3일 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대상, 롯데웰푸드, 동원F&B, 농심, 삼양사 등 17개 식품기업 및 롯데지알에스, 제너시스BBQ그룹, 본아이에프, 김가네, 알볼로에프엔씨 등 10개 외식업계 임원진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 차관은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3월부터 5월초까지 이어진 식품업계의 할인행사 진행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최근 식품 및 외식의 가격인상은 민생부담에 가중될 수 있다고 가격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차관은 “국제금리 변동성 확대,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으로 업계의 가격인상 요인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확대 △수입부가가치세 면세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상향 및 공제율 확대 등 원가 부담 경감 지원을 통해 관련업계가 물가안정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조성하고 있다”며 “업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혁신, 기술 개발 등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업계는 정부의 민생경제 안정이라는 취지에는 크게 공감한다면서도 원료값이 폭등한 코코아, 생두, 김 등을 제조·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가격인상 요인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만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소비자들이 최대한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조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광수 동서식품 대표는 “2024년 4월 현재 커피 원두 가격은 213센트로 2022년과 비교해 20% 이상 상승했고, 이 기간 달러 환율도 6% 올랐다. 물론 프리마 원료는 13% 하락했지만 설탕이 35% 오르고, 전력비 등 제반비용이 모두 증가했다. 물가안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는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가격상승 요인이 크다는 점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기 매일유업 전무는 “지속적인 가격인상 요인에도 소비자 부담 경감, 물가안정 차원에서 주요 품목의 가격인상을 보류해왔지만 최근 환율 상승, 코코아, 설탕 등 주요 원자재 및 포장재 가격의 상승, 유류대, 전력비 등 유틸리티 비용이 상승하며 누적된 원가부담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불가피하게 일부 품목의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물가안정화를 위한 정부방침에 따라 최대한 가격인상을 자제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원료비 부담이 높은 만큼 ‘버터밀크 파우더’ 품목을 할당관세에 포함해줄 것을 건의했다.

김성용 동원F&B 대표는 최근 폭등하고 있는 원초 가격 인상과 관련 김 제품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의 주원료인 원초 가격이 작년 초와 비교해 5배까지 올랐다. 문제는 공급이 한정적인데 수요가 많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김의 가격 안정을 위한 원초 수급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류제품 역시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는 장류산업 최대 이슈인 장류품목 부가세 면제 기한 종료에 대해 재차 주장하면서 “지난 2년여 간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면서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동참해 왔지만 현실은 경영난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기간이 지속될수록 장류업계의 피해는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리온은 최근 설탕, 시럽, 원유를 비롯해 주력 제품인 초코파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코코아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40% 이상 증가하는 등 애로사항이 크다고 하소연하며 코코아페이스트, 코코아버터, 코코아파우더, 칩용감자, 전지분유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및 기존 조제땅콩과 설탕 품목의 할당관세 기간연장을 요청했다.

외식업계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원초 가격의 안정화에 대해 건의하며, 이번 가격 상승은 공급부족에서 기인하므로, 김의 가격 안정을 위한 생산량 증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외식산업협회는 외국인 고용허가제(E-9비자) 규정 완화를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음식점업 대상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됐으나 최소 5년을 요구하는 업력과 한식음식점으로 제한된 업종 조건이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해당 조건들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훈

한 차관은 “업계가 적극적으로 물가안정에 동참하며 식품·외식물가가 많이 안정화됐다. 다만 최근 들어 환율인상, 인건비 상승 등 가격인상 요인이 있고, 또 그러한 움직임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할당관세 등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주며 물가안정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할당관세가 오는 6월 종료되는 품목이 있는 만큼 기재부와 논의해 기간을 연장하는 등 업계의 부담을 최대한 더는 방향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총선이 끝났으니까 이제 가격을 올려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는 안된다. 정부도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애로·건의 사항을 발굴, 해소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단 가공식품을 포함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품목과 관련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에는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