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놀이터

식품업계, K-푸드 ‘황금 시장’ 아세안을 잡아라

인구 6억7000만 명으로 세계 4위 경제권에 수출 매년 두 자릿수 성장 라면 공격적 행보…농심 ‘신라면 똠얌’ 태국 공략 삼양식품 ‘마라불닭볶음면’ 론칭…팔도는 제2ㄴ공장 롯데웰푸드·오리온, 베트남 점유율 확대 박차 정부, 시장 개척 요원 파견·유망 품목 발굴 지원

2024-05-13     이재현 기자

식품업계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가능성이 충분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문화적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가장 큰 강점은 인구다. 작년 기준 약 6억7000만 명에 달한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3번째다. 2050년에는 8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나이도 새로운 문화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30세다.

또 연평균 5%대의 경제성장률로, 오는 2030년에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K-푸드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농식품부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은 한류의 확산으로 K-푸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편의점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가 확대됨에 따라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아세안 시장을 ‘긁지 않은 복권’으로 판단하고 맞춤형 전략을 내세워 경쟁 우위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라면업계의 공격적 행보가 주목을 끈다. 농심은 신라면의 글로벌 협업 첫 제품으로 태국의 유명 셰프 쩨파이(Jay Fai)와 손잡고 ‘신라면 똠얌(TOMYUM)’ ‘신라면볶음면 똠얌(TOMYUM)’ 2종을 출시했다. 이번 제품은 태국의 대표적 수프 요리인 똠얌의 맛을 신라면에 접목한 것으로 신라면의 맛있는 매운맛과 똠얌 특유의 새콤한 맛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두 제품은 태국에서만 판매한다.

농심은 쩨파이의 똠얌맛이 신라면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고급스러운 풍미를 내는데 집중해 제품을 개발했다. 연구원들이 쩨파이 레스토랑을 방문해 시식을 하고 맛을 내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한국에 돌아와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쩨파이 셰프를 한국 본사로 초청하는 등 시식과 조율을 통해 최종 레시피를 완성했다.

농심은 ‘신라면 똠얌’으로 태국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태국의 라면시장은 약 7000억 원 규모로 저가형 제품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에 미슐랭 1스타 셰프의 노하우와 인지도를 더해 태국에서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열어간다는 목표다.

삼양식품도 태국 내 마라 인기를 반영해 ‘마라불닭볶음면’을 론칭했다. 중국 사천지방의 매운맛인 ‘마라’의 풍미를 담아 2017년 출시한 수출전용제품으로, 태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부터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태국 전역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Lazada), 쇼피(Shopee)에서 판매와 함께 라이브 커머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도 펼쳤다. 89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태국 유명 유튜버 ‘Kyutae Oppa’를 비롯해 50여 명의 태국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마라불닭볶음면 콘텐츠를 선보이고, 방콕 내 35개 주요 교통요지와 전철노선 MRT, BTS 및 인구밀집지역에 옥외광고를 진행한 것. 또 말레이시아에서는 불닭소스를 활용해 CU, 피자헛과 협업 이벤트를 실시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라면을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매운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불닭브랜드를 통해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향후에도 이 같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 현지에서 입지를 더 공고히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팔도는 베트남 수요 증가에 따라 현지에서 제2공장을 완공했다. 라면뿐 아니라 음료 생산까지 가능해 팔도의 현지 사업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앞서 준공한 제1공장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해 하노이, 라오까이에 이르는 교통 요충지인 푸토성(Phu Tho Province)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3개의 라면 생산라인을 갖췄다. 팔도는 제2공장 완공으로 베트남 남북으로 이어지는 생산벨트를 구축했다.

공장 완공과 함께 생산량도 확대된다. 조리면, 즉석면 등 라면 제품은 연간 1억 개, 음료는 1억 5000만 개 생산할 수 있다. 2025년 예정된 라면 생산라인 증설이 완료되면 라면 생산량은 연간 4억 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존 제1공장 생산량을 합할 경우 베트남 현지에서만 연간 7억 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해진다.

출산율 저조로 내수시장의 한계를 느낀 유업계도 돌파구로 아세안을 선택했다. 아세안 지역의 평균 출산율은 2%대로 한국보다 2배 이상 높고, 특히 최근 유제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출산율이 6배가 높다. 실제 캄보디아의 작년 수출액은 1218만 달러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롯데웰푸드는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워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매일유업도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이 시장에 재정비해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또 오리온은 태국의 1위 유음료 전문기업 ‘더치밀(Dutch Mill)’과 제휴해 작년부터 베트남 유제품 시장에 진출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농식품부는 아세안 시장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 개척요원을 파견하고 현지화 제품 개발, 마켓테스트 등 현지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현지유력 바이어 발굴에 중점을 두고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개편은 물론 온라인 바이어 상담 확대 등을 추진한다.

식약처 역시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를 수출 신흥국가로 보고 새로운 수출 품목 발굴과 지원안을 마련 중인데, 무엇보다 해외 조직망 구축, 해외 식품 인증 교육 강화, 검역·위생 협상 체결 등은 물론 해외 규제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국가별·제품별 식품 안전 데이터를 수집하고 플랫폼 및 센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