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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산 농축수산물의 한계

식품 원료 대부분 수입 의존…원재료-산업 관계 재정립을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2024-08-13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오래전 농업 기반 국가로 시작한 우리나라는 산업 중심 국가로 큰 흐름이 바뀌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속 발전을 이룩하며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고 국민 소득 3만5천 불을 달성하였다.

또 이 같은 성장의 큰 흐름이 전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쳐 우리 역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일상생활을 향유하고 있다. 이는 이 나라를 끌어온 지도자와 함께 혼신의 노력을 한 기업인들, 이에 부응해준 모든 국민이 힘을 합친 결과이다.

여기서 우리 농식품산업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과연 국가발전의 양상과 비슷하게 성장하였는가.

농업 분야는 국가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양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종사자 수도 계속 줄어 겨우 2백만 수준이다. 그 구성도 65세 이상이 50% 내외에 이르고 있다.

자연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을 원료로 하여 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식품산업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얼마나 이용해 산업발전을 꾀하고 있는가.

국산 농산물의 사용은 특수한 분야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입한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밀과 옥수수, 콩 등 곡류만 하더라도 총수요량의 겨우 20% 내외를 자급하고 있으며, 연간 1800만 톤 내외는 수입해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곡류와 육류는 물론 수산물까지 수입을 막으면 물가대란이 일어날 것이고 식량 대란은 불 보듯 하다.

이제 우리 농수산물은 국내 식량 자급이라는 목표를 수정하여 농업을 식자재 생산 산업으로 개념을 전환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단위 생산단지화하여 그 자체로 자생력을 키우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국산 농산물 가격이 수입 원료에 비하여 크게 차이 나는 현실에서 농민소득원으로 국산 농수축산물 사용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기업 논리에 맞지 않는다. 국산 밀가루 사용만을 고집했다면 우리의 라면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우리 대표 수출상품으로 128개국에 10억 불에 이르는 제품을 수출하여 한국을 알리는 효자상품이 되었겠는가.

또 다른 모든 수출상품에서 순수한 국산 농수축산물만을 사용하여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품목이 과연 얼마나 될까. 김치만 하더라도 가장 원가 비중이 높은(약 30%) 고춧가루의 경우 중국 수입품에 비하여 3~4배가 비싸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어 연간 1억 6천만 불에 이르는 수출제품은 상당량 수입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이제 우리 식품 원자재와 식품산업의 연계 관계를 다시 폭넓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가공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하여 그 원료를 활용해 차별화된 기술 투여로 부가가치를 높인 가공제품을 생산하고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는 몇몇 국가에서 볼 수 있다. 스페인은 올리브 생산 대국이나 그 가공품인 올리브유는 이탈리아에서 더 많이 가공, 처리되어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는 자국에서 오렌지가 생산되지 않지만 로테르담 항에 거대 오렌지주스 저장시설을 설립, 오렌지생산국에서 원액을 수입해 가공, 처리하여 자국 이름을 붙여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커피는 어떤가. 커피 주 생산국이 가공제품 수출 1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산 원료 지상주의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제경쟁력 있는 원료를 자유롭게 수입해 첨단기술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인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처를 찾아야 한다. 또 근해에서 잡히지 않는 명태, 오징어 등과 앞으로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료를 과감히 수입해 이들을 가공하고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만들어 수출 상품화해야 한다.

영원한 우리 국민의 식량자원이자 식량안보에 필수인 쌀과 보리 등은 생산단지를 대단위 하여 자체 경쟁력을 갖도록 하고 생산체계를 바꿔 참여하는 농민을 농업소득보다는 농외소득에 생활 근거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올리브유, 오렌지주스, 커피의 예를 잘 검토하며 가장 값싼 원료를 수입, 가공처리해 재수출하는 기지로 우리 산업구조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이제 한정된 국산 농수축산물 우선주의에서 소득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수입 원료의 합리적 사용 확대와 첨단기술 투여로 국제경쟁력 있는 수출상품개발 추진으로 우리 농업과 식품산업이 공동 발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