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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소비기한’으로 바뀌는 ‘유통기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6)

소비자 식품 선택권 확대…선진국 도입 세계적 추세 기한 30% 연장…제조 기술 향상·유통 환경 뒷받침 연간 식품 낭비 1조5000억 줄이고 산업 발전 계기 국제 기준과 부합 수출 식품 통관 시 마찰 해소도

2020-07-13     하상도 교수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7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 법 개정을 통해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식품산업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도 올 연말까지 식품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관련 법령 개정안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소비자 중심의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방안’을 주제로 제2회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2020을 개최했었다.

△하상도

내년부터는 소비기한이 찍힌 제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35년 만에 식품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유통기한’은 상품이 시중에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소비 최종 기한 즉 '식품의 수명'을 말한다.

기존의 유통기한은 유통업체나 관리자의 편의를 위한 제도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팔지만 못할 뿐이지 구매 후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 동안 더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에 따라, 보관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해서 언제까지 먹고 언제 버려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 진정 소비자를 위한 제도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더 길게 정하게 된다. 물론 온도 등 보관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0% 이상 더 늘일 수 있기 때문에 멀쩡한 식품이 반품되거나 폐기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가격 인하효과도 있다. 미국 내 버려지는 식품은 매년 약 200조원 규모인데, 이 중 20%인 40조원이 유통기한 표기의 오해에서 비롯돼 아깝게 버려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유통기한 제도 때문에 약 1조5천억 정도의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유통기한 경과제품은 물론이고 임박 식품도 마트에서 반품, 폐기대상이고 푸드뱅크, 복지시설에서 조차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 표시가 시작된 것은 35년 전인 1985년이다. 당시 ‘권장유통기한’에서 2000년 유통기한으로 변경됐으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제4조)에서는 '식품 등에 제조연원일,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으로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식품 제조기술이 향상되고 HACCP, GAP, GMP 등 및 안전관리 수준의 향상, 냉장유통(cold chain) 등 식품 보존 및 유통 환경이 개선 크게 개선됐음에도 유통기한을 계속 사용하면서 자원 낭비와 국내 관련 사업 발달 저해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 소비기한을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 간 제기돼 왔었다.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도 지난 2018년 7월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자의 오인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식품 표시 규정에서 삭제됐으며, 소비기한 사용을 국제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현재 소비기한은 영국을 포함한 EU, 일본, 호주, 캐나다, 미국 등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수입식품 상당수가 소비기한을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통기한을 쓰고 있어 통관 시 마찰을 빚어 왔다고 한다. 이참에 이런 국제통상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소비기한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 법적인 냉장 보존온도의 철저한 준수와 이를 확인·감시할 수 있는 온도-시간지시계(TTI) 등 과학적 감시 수단의 도입이 선결돼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소비기한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소비기한’ 제도가 ‘유통기한’을 대신해 그 간의 관리자·공급자 중심의 유통기한 제도에서 탈피한 진정한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펼쳐지길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