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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당류저감화 정책에 ‘전전반측’
식품업계 당류저감화 정책에 ‘전전반측’
  • 이재현·천진영 기자
  • 승인 2016.04.1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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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 공감하지만 ‘가공식품’ 타깃 울상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앞으로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당류 저감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역시 정부의 ‘당류 저감화’ 정책에 대해 대체재 개발 등을 통해 적극 동참한다는 뜻은 밝혔으나 가공식품이 당류 섭취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당류 섭취 증가는 소비 선호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올바른 식습관 교육을 통해 당류 저감화 정책을 펼쳐야 함에도 특정 산업을 콕 집어 규제하는 것은 자칫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1차 당류저감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섭취량을 하루 열량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시리얼류, 도시락 등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코코아가공품 등을 대상으로 당류 영양표시가 의무화되고 ’19년까지 드레싱, 소스류, 복합조미식품, ’22년까지 식물성크림, 농축수산물조림, 과채가공품류 등으로 확대된다.

이에 식품업계는 “당류 저감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공통된 입장을 표명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단맛을 선호하는 데다 기술적으로 저당제품을 즉각적으로 출시하기 어려운 만큼 산업의 위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소비자 단맛 선호하고 저당 제품 즉각 출시 어려워
규제 강화 땐 산업 발전 저해·수입 식품과 역차별
 

특히 설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장 우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경우 설탕만큼 좋은 감미소재가 없다. 이를 대체하려면 맛이나 원가 등에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설탕 자체가 나쁜 소재가 아니라 과잉 섭취가 문제라면 올바른 식습관 교육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로 인한 설탕 대체재 발굴에 집중한다면 수입식품과의 역차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류 소비 증가는 소비자 식생활 패턴이나 니즈에서 비롯된 것이지 식품업계가 주도한 것처럼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으나 지나친 규제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당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와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업계는 당류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차세대 소재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 역시 인식의 변화를 통해 관련 식품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는 1990년대 초반부터 ‘~라이트’ ‘제로~’ 등 건강 콘셉트의 저칼로리, 제로칼로리 제품을 선보여 왔으나 소비자 외면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여전히 저당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자발적으로 당류 저감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당류와 유사한 단 맛을 내면서도 체내 당흡수를 줄이거나 칼로리를 대폭 낮춘 차세대 감미료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자일로스설탕, 알룰로스, 타가토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일로스설탕은 체내 당 흡수를 줄여주면서도 단맛은 기존 설탕과 유사하며, 알룰로스의 경우 단맛은 설탕의 70% 수준으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1g당 0~0.2kcal에 불과해 설탕의 5% 수준이다. 이 제품들은 CJ제일제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체 효소 기술을 통해 액상 형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음료에 쓰이는 액상과당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들 차세대 감미료를 앞세워 오는 2020년까지 해외에서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상은 당 함량을 낮춘 올리고당류 소재를 개발해 이를 각종 잼류, 장류 및 홍초 등 음료류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당류 저감화를 꾀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작년 4월에는 칼로리와 당 함량을 5분의 1과 절반으로 낮춘 고기능성 당류 ‘1/2 쿠킹스위트’와 ‘1/5 그린스위트’ 제품을 선보였다. 설탕과 동일한 양을 사용했을 때 칼로리와 당 섭취량은 줄일 수 있지만 단맛은 그대로 낼 수 있는 기능성 당이다.

대상은 현재 홈페이지에 개설된 영양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제품의 영양성분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고, 균형있는 영양섭취를 위한 적정 칼로리의 식단 및 운동량을 제안하는 등 올바른 식문화 형성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능성 당류 소재 연구개발을 통해 당 함량을 낮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설탕만큼 우수한 소재 없어…대체 땐 맛·원가서 한계
90년대부터 ‘저칼로리’ 출시…시장 외면으로 퇴출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미 당분 함량을 낮춘 과채음료 제품을 판매 중에 있으며, 일부 발효유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15~20%의 당류 저감화를 꾀했다. 이중 작년 연말에 선보인 저지방 가공유 ‘꿀딴지’ 3종은 자연스러운 단맛을 위해 천연 아카시아 꿀을 활용하기도 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현재도 백설탕 및 액상과당 대체 원료 시장 조사 및 대체감미료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품 관능평가를 병행해 최적 조건의 맛을 유지하면서 당류를 저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의 경우 맛 변화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칼로리를 낮추고, 새로운 대체 당류 소재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신제품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서식품은 ’88년 저가당 커피믹스 발매를 시작으로 90년대 개인별로 설탕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스틱형 포장재를 개발했다. 2006년에는 설탕 대신 천연감미료 에리스리톨을 넣은 맥심 1/2 칼로리 제품을, 작년 8월에는 기존 제품 대비 설탕을 3분의 1 줄인 ‘맥심 모카골드S’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왔다.

이중 ‘맥심 모카골드S’는 자일리톨과 벌꿀을 넣어 건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제품에 함유한 ‘자일리톨 스위트’는 자작나무, 떡갈나무, 옥수수 등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설탕과 같은 정도의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는 낮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4년부터 저당화를 목표로 약 2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천연당(벌꿀, 올리고당)으로 기존 당을 대체, 전 제품의 당 함량을 기존보다 약 2035톤 가량 줄였다. 한국야쿠르트의 저당 제품군은 출시 이후 지난 1월 말까지 매출 3600억 원을 기록했고, ‘야쿠르트 라이트’는 기존 야쿠르트보다 3.2배 가량 더 판매됐다.

남양유업은 2014년부터 중앙연구소 내 별도의 당류 저감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과일 유래 천연당 및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제를 통해 발효유, 가공유, 커피믹스 등 품목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네슬레코리아는 독자적인 당류 저감화를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입, 판매 중인 모든 제품에 대해 2007년부터 당류 저감화 프로젝트를 가동해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생산 중인 모든 식품군에서 평균 34%의 설탕 사용량 저감화를 달성했다.

또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0%의 추가적인 당류 저감화 목표를 가지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네슬레코리아는 천연 원료와 원재료 조정을 통해 식품 고유의 맛과 성상을 해치지 않으면서 당류를 저감하는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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