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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는 꼭 콩으로만 만들어야 하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0)
메주는 꼭 콩으로만 만들어야 하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10)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5.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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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 메주’ 콩고기처럼 다양한 맛·제품 실현
‘저급 메주엔 저가격’ 적용하고 표시하면 돼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부 메주가 대두(콩)만을 사용하지 않고 저가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예전 식품공전상 콩 함량기준(한식메주 ‘95% 이상’, 개량메주 ‘85% 이상’)이 없어지면서 가격이 저렴한 밀가루 등을 넣어 ‘콩 메주가 아닌 밀가루 메주’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콩은 10%도 안 쓰고, 수입 밀가루를 90% 이상 쓰는 제품도 있다고 한다. 서울콩가공식품사업협동조합은 이렇게 만들어진 타 곡물 혼합 메주의 경우 쓴 맛이 강하고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의 불신을 야기해 메주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식품공전상 메주 콩 함량기준 재설정(한식메주·개량메주 95%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메주는 꼭 콩으로만 만들어야 하나? 메주에 밀가루나 쌀가루가 들어가면 메주가 안 되는 것인가? 다른 곡물이 함유된 메주로 만든 간장, 된장은 덜 안전하고, 덜 고소할까?

오히려 신선하고 다양한 곡물들이 섞이면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메주 제품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어 침체된 메주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비싼 콩 대신 남아도는 쌀이나 값싼 밀가루를 활용한다면 오히려 애국하는 길이고 좋은 일이 아닐까?

사실 콩 외 다른 곡물로 메주로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콩을 일정량 이상 사용토록 하자는 주장은 이해관계가 걸린 관련 기업들의 연합회가 하고 있어 객관적이지 못하다. 누가 봐도 시장논리로 볼 때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제품 품질이나 프리미엄급 안전성은 시장에서 결정할 일이다.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정해 팔 수 있는지 없는지만 결정하면 된다. 우수한 품질, 높은 콩 함량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제품의 가치가 높으니 높은 가격을 받으면 되고, 저급하거나 저가의 재료를 섞은 제품은 가격을 싸게 받으면 그만이다.

고기로만 만들어야 소시지인가? 사실 콩이나 두부를 섞거나 이것으로도 얼마든지 소시지를 만들 수가 있다. 소비자는 가성비와 맛에 대해 만족하면 그만이다. 대신 고기로 만들어졌는지, 콩으로 만들어 졌는지, 고기가 얼마나 들었는지는 ‘표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소비자는 표시를 보고 판단해 구매하면 그만이다.

정부가 10여 년 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식품공전을 개정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2017년 당시 식약처는 한식메주 ‘95% 이상’, 개량메주 ‘85% 이상’으로 설정돼 있던 콩 함유량을 식품공전에서 빼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한 밀가루 등 다른 곡물을 이용해 콩 메주가 아닌 밀가루나 다른 곡물 메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은 대부분 메주가 당연히 콩으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하고 있고, 콩이 많이 든 메주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메주 만들 때 콩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는 시장에서 반영돼 구매로 이어지면 된다. 꼭 콩으로만 만들어진 메주만이 시장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메주의 대두 함량 규격을 다시 재설정하는 방향은 시대에 맞지 않고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는 법적 사실 ‘기준·규격’보다는 ‘인증’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이나 협회가 메주의 ‘품질인증사업’을 추진해 콩 함량이 높고 안전하고 품질 좋은 메주에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그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하는 것이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소비자의 알권리 확보와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대두 함량 표시제’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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