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비축에 밀 등 추가하고 러시아 등과 농업협력 필요
쌀 외 맥류 등 자급률 법제화,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도
업계와 협력 통해 원료 조달-생산-공급체계 구축해야
식량안보연구재단, ‘국가 비상 시 식량안보계획’ 식량안보세미나 개최
코로나 19 등 질병 및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세계 식량안보가 적색경보를 띠고 가운데 특히 식량 대부분을 해외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비상 시 필요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 구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요 곡물의 안정적 반입체계가 무너질 경우 식품업계 원료난이 대두되고, 무엇보다 군대의 경우 비상 시 섭취할 전투식량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식량 자급률 46.7%, 곡물자급률 2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닥칠 식량위기에 대비해 식품기업은 해외원료수급 다변화와 국산 원료 대체, 해외식량기지 구축 등이 필요하며, 정부는 식품기업이 원활한 원료 조달이 가능하도록 통관, 검역, 검사, 단속 등 신속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원료조달-생산-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 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 박현진)은 14일 제25회 식량안보세미나를 온라인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국가 비상 시 식량안보계획’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시간을 가져 큰 주목을 끌었다.
송성완 식품산업협회 이사는 식품제조업의 경우 종업원 50인 미만의 식품기업이 97%로 규모가 영세하고, 원료 7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열악해 국가위기 시 시나리오별 대처방안을 세밀하게 수립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업으로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산업 발전과 지원을 위해 TRQ 물량 조정 등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 및 민간 비축제도 도입지원으로 원료수급 안정화를 꾀하고, 소재원료에 대한 식품기업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료 가공전용단지 조성 및 해외식량기지 구축 △유통 및 가격결정 구조의 정책적 접근을 통한 신뢰형성 등 수입 원료를 국산화 대체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한 뒤 제약, 전자, IT 등 첨단기술과 소비트렌드를 융합하는 고부가가치 식품개발 강화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송 이사의 주장이다.
정부 역시 식량위기 비상 시 원산지표시, 위생점검 등의 단속을 한시적 유예하는 등 산업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고, 쌀 위주 정책을 밭작물 등 소재원료를 사용한 다양한 곡물을 균일한 품질로 낮은 단가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생산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특히 R&D 지원 규모를 늘려 최근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커지는 트렌드에 맞춰 식품공학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성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료수입 의존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위기 상황을 대비해 최소 필요량의 곡물을 비축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한데, 현재 쌀과 콩에만 국한된 ‘곡물 비축제도’를 소비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밀 등에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 식량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식량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우리나라처럼 식량 생산 자급률이 낮은 곳은 유사 시 국가의 안정적 식량공급 차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식량위기 비상시를 대비해 국내생산 증대를 기본으로 하되 안정적 수입확보와 주요 농산물 비축을 적절히 조합하고 있다. 또 모니터링과 유사 시 대비한 식량안전보장 대응 매뉴얼을 강구하고, 관련 정책이나 입안을 통해 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식량자급률 제고에 관한 정책적 법제화가 미비하고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박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주요 곡물 수입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우리나라 해외농업개발 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과 투자협정 등을 활용한 협력관계를 통해 46.7% 수준의 식량자급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고, 쌀 외에도 미곡, 맥류, 두류, 옥수수 등 곡물의 비축제도로 주요 곡물의 안정적 반입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독자적 곡물 도입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택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식량안보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대한민국의 세계 식량안보 순위는 30위 근처에 머무르고 있어 세계적 식량위기가 초래할 경우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 식량위기 속에서도 국민에게 식량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 법제화 등의 노력과 수입선 다변화, 식량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운영 등 다양한 정책들이 수반돼야 하며, 곡물 비축제도 확대를 위해 양곡관리법에 쌀 외에도 미곡, 맥류, 두류, 옥수수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곡물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국가 간 협력관계 강화와 한국의 독자적 곡물 도입 시스템 구축은 물론 해외 농지 개발·운영 등에 대한 다각적 투자를 통해 비상 시 곡물 확보나 반입을 유도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 이 교수는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군의 전투식량 공급은 민간인 공급방안에 비해 큰 우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상 시 민간의 국내 부족식량은 해외조달 등 수단으로 공급되지만 군의 전투식량의 경우 정부가 어떤 형태의 식량 확보를 통해서든 군의 전투식량을 최우선 공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