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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가격 급등에 따른 초콜릿 등 푸드 슈링크플레이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81)
코코아 가격 급등에 따른 초콜릿 등 푸드 슈링크플레이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8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4.15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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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작황 부진 주원인…과자·캔디·껌 등 타격
규제 합리화에 기업도 사유 공개로 소통해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변화 등 작황 부진으로 인한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국제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초콜릿 제품의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소비자단체 위치에 따르면 영국 소매점의 올해 부활절 달걀 모양 초콜릿 가격은 올랐거나 용량이 줄었다고 한다. 이 같은 실질적 가격 인상은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 급등 때문이다. 코코아 주 경작지인 서아프리카의 기후변화와 나무 노령화, 폭우와 더위로 인한 병충해 발생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데다 올해 악천후와 병해까지 심해지면서 수확량이 급감한 것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최근 가격이 급등하는 식재료를 보면 코코아뿐만이 아니다. 극심한 더위와 병충해로 커피 원두 가격도 뛰고 있다. 2050년까지 세계 원두 경작지의 절반 이상이 부적합 토지로 바뀐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유타주립대 기후학자 웨이 장은 197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곡물과 원부재료 공급부족으로 식품 가격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함량을 줄여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자 하는 행동은 시장에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의 용량을 줄여 실질적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인데, 미국 의회 밥 케이시 상원의원이 ‘슈링크플레이션 방지법’을 발의했다고 한다. 이에 가장 타격받은 식품 부문은 과자, 아이스크림, 캔디, 껌이다. 프랑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도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사기라고 비판하며, 일정량 이상 용량이 줄어든 제품에 대해 그 사실을 표기하도록 소매점에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 한다.

우리 사정도 마찬가지인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마련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방안’에 따라 식약처는 내년 1월까지 포장지에 변경 전후 용량을 표기하는 고시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고강도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은 전 세계적 트랜드에 따른 것이긴 하나 이런 현상을 꼼수 가격 인상이라고 보고 기업에만 책임을 지우는 ‘용량 변경 고지 의무’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사실 시장에서는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제품 원가가 오르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유독 식품에 대해서만은 가계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의 거센 가격 동결 압박이 있어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폭등한 밀가루, 쌀, 옥수수 같은 곡물부터 설탕, 소금, 첨가물 등 원재료까지, 그리고 기름값, 전기요금, 가스요금, 인건비 등 운영비도 오르는 상황에 가격 인상 없이 버티기 위해서 기업들은 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생각한다.

사실 슈링크플레이션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인위적으로 정부가 가격을 누르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 합리화와 공급자의 건전한 의식, 소비자의 수용 등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이를 정부의 규제로 통제하려는 우리의 상황이 부끄럽기만 하다.

한국소비자원과 민간 소비자단체가 식품 물가를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기업도 꼼수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업이 정당하게 가격을 올리던지 용량을 줄인 사유를 오픈하고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가격이 오르고 용량이 줄고 귀해지니 초콜릿이 나쁘다! 정크푸드다! 하는 죄 없는 음식에 누명을 씌우는 나쁜 사람들이 사라져서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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