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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대체제로서 유리병 사용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85)
플라스틱 대체제로서 유리병 사용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8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5.13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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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과 반응 안 하고 재사용은 탄소배출량 줄여
소비자단체 사용 확대 요구 불구 변경 어려운 점도

식음료 제품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유리병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는 지난 2023년 10월 탐정단 35명을 모집해 가정에서 사용 중인 식음료 1,409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유리병에 든 제품이 702개(49.8%)로 약 절반을 차지했는데, 그중 9.1%(64개)만이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 제품이었다고 한다. 현재 유리병을 재사용하는 곳은 생협 한살림 1곳에 불과한데 잼류, 젓갈류, 장류, 소스류 등 70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어 2023년 11월 7일 시민연대와 한국환경학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류 등 일부 유리병에만 적용하는 반환시스템을 식음료 유리병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와 기업에 요구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탐정단이 가정에서 발견한 유리병 식음료 제품 702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10대 기업은 오뚜기, 이마트(노브랜드/피코크), 대상(복음자리), 청정원, 샘표(폰타나), 롯데칠성, 농심, 코카콜라, CJ제일제당, 광동제약 순이었으며 설문조사에 응답한 7개 사는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병으로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한다. 유리병은 다른 포장재보다 무거운 탓에 운송비용 증가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고 깨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유리병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유리병 재사용을 위한 수거 체계와 선별·세척 설비 등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다양한 원재료가 포함된 가공식품은 쉽게 미생물이 번식해 유리병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품질 저하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재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리병 ‘재사용’이란 빈 병을 다시 회수해 세척·소독을 거쳐 그대로 새 유리병으로 활용하는 순환과정을 말하는데, 색상별로 분류한 유리병을 분쇄해 유리병을 다시 만드는 ‘재활용’과는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리병 재사용은 맥주, 소주, 탄산음료에 한해 빈 용기 보증금제로 이뤄지고 있다. 유리병이 플라스틱 대체재로 주목받는 이유는 내용물이 용기와 반응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도 안전하고 오래가기 때문인데, 유리병은 한 번만 재사용해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시민연대는 재사용 유리병을 평균 25회 사용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플라스틱보다 90% 적다고 주장한다. 자원순환단체 리루프(Reloop) 역시 유리병을 한 번 재사용하면 탄소배출량이 40% 감소하고, 다섯 번 재사용하면 85% 절감된다고 한다.

식품 용기 절반 차지…오뚜기·대상·롯데칠성 등 비중 높아 
일부 업체 바꿀 계획 없어…깨질 위험에 운송 비용 증가 
세척·제품 차별화 어렵고 이물 보고 원인 5위에 오르기도 
빈 용기 보증금제 회수율은 96%…선진국선 재사용 강화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유리병은 생산과정에서 플라스틱보다 탄소배출량이 2배 이상 많고 무겁고 부피가 커 운송비도 많이 들어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들이 유리병 사용을 꺼리고 플라스틱을 포기 못 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이나 과학적 측면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플라스틱은 유리, 금속이나 도자기 등에 비해 비중이 작아 가볍고 강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이는 여러 화학물질이나 약품 내식성이 있고 투명성도 높아 착색이 쉬우며, 가공성도 좋아 복잡한 모양을 만들 수 있고 전기절연성도 우수하다. 게다가 이는 분해되지 않고 장기 보존이 용이한 장점이 있으며, 발포제(스티로폼)는 단열성이 우수하다.

물론 플라스틱엔 단점도 있다. 다른 재질에 비해 쉽게 분해,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장시간 자연에 축적돼 환경에 피해를 입힌다. 이는 대부분 바다로 떠밀려가서 점점 잘게 조각 나 미세플라스틱이 돼 바다생물을 위협하고 다시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사실 포장의 목적은 식품의 품질과 안전을 지키는 보존성이다. 폐기 후 환경 영향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우선인 것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이다.

플라스틱과 유리, 종이 등 재질들은 저마다 장점이 있고 최적의 사용처가 있다. 유리 역시 재활용률을 높인다면 친환경적이긴 하나 무거워 운송비가 비싸고 운송과정에서 파손 위험성이 크다. 또한 파손 시 이물로 돌아오고 재사용을 위한 비용(선별·세척) 추가 투입이나 제품 차별화가 어려운 단점도 있다.

유리는 벌레(24%), 곰팡이(15%), 금속(9%), 플라스틱(9%)에 이어 우리나라 이물 보고 원인 top 5위에 랭크돼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발생한 이물 신고(22,662건) 중 유리는 1.4%(320건)를 차지해 매년 53건 정도 신고 된다. 특히 ‘보고대상 이물의 범위와 조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상 인체에 위해를 주는 이물로 간주돼 유리는 식품업계에선 가능한 피하고 싶은 재질이다.

물론 유리병을 재사용한다면 생산과정에서 그만큼 탄소배출이 줄어든다. 해외에서는 재사용에 적극적인데, 독일은 2019년 ‘포장재법’을 발효하고 2022년까지 모든 식음료 유리병 재사용률 목표를 70%로 정했고, 프랑스도 올해부터 호텔·레스토랑·카페에서 식기 및 용기 재사용을 의무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유리병의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반환한 사람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빈 용기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맥주, 탄산음료 유리병 회수율이 96%에 달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유리고 플라스틱이고 일장일단이 있으니 좋은 점을 잘 살려 다양한 포장재로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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