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놀이터

캡사이신이 유발한 매운 불닭볶음면 덴마크 리콜 사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91)
캡사이신이 유발한 매운 불닭볶음면 덴마크 리콜 사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9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6.24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라면 리콜, 세계 온라인서 뜨거운 논쟁
경쟁 국가의 K-푸드 네거티브 마케팅 주의해야

지난 6월 11일(현지 시각) 덴마크 식약청은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 3×Spicy’ 등 매운 볶음면 3종을 리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갖고 있는 제품을 폐기하거나 반품하라고 권고했다. 그 이유는 매운맛의 원인인 고추 캡사이신(capsaicin) 함량이 너무 높아 알레르기나 급성중독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현재 해당 제품들은 전 세계에 수출 중이고 인기가 높은데, 이런 높은 매운맛 성분 때문에 리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뜨겁다. 외국인들이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땀을 삐질 흘리는 장면은 더 이상 생소하지도 않다.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30분 동안 운전해 볶음면을 구했다는 영상과 한 소녀가 생일 선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고 좋아하며 눈물을 터뜨린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양식품의 2023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8093억 원을 기록했다. 바로 불닭볶음면이 공신인데, 현재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나온다고 한다. 전 세계에 판매된 불닭볶음면은 작년에만 9100만 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세계 인구가 약 81억 명임을 감안하면 지구상 100명 중 1명이 먹어 본 셈이다. 불닭 소스도 현재 4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라 한다.

금번 덴마크 당국의 매운맛 라면 리콜 조치와 성명서는 전 세계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까진 덴마크 이외 어떤 나라에서도 리콜이나 안전 경고를 내린 사례는 없다. 웹사이트 레딧 등에서는 오히려 덴마크인들의 매운 양념에 대한 낮은 포용도를 비난하기도 한다.

삼양식품 측도 제품의 품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덴마크 당국의 자체 리콜 조치에 대해 그리 크게 대응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 K-Food의 약진을 견제하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국가별 현지 라면 업체들은 이번 리콜 사태를 호재로 활용해 네거티브 마케팅을 하거나 안전 당국을 움직여 경고를 내리거나 언론을 활용해 흠집을 내고자 할 수도 있으니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 매운맛의 중심에는 바로 캡사이신이 있다. 이는 고추, 피망 등에서 추출되는 무색의 휘발성 화합물로 알칼로이드의 일종이며 약용과 향료로 이용되는데, 고추씨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고 껍질에도 있다. 이 캡사이신은 식품산업에서 주로 향신료나 조미료로 사용되는데,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캡사이신은 신체 대사를 촉진해 체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체중 감량을 위한 보조제로도 사용된다. 매운맛 때문에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의학적 측면에서 캡사이신은 통증 완화효과가 있어 1940년대 후반 진통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또한 항균 작용도 가지고 있어 염증을 억제하고 항산화 효과를 발휘해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음식이나 성분들과 마찬가지로 캡사이신에는 독성도 있다. 이는 강한 자극을 일으키기 때문에 과도한 섭취 또는 민감한 사람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소화장애, 가슴 압박, 눈물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피부에 직접 사용할 때는 화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임신 중이거나 어린아이들, 심각한 심장 또는 소화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식품 구매 시 표시를 보고 캡사이신 함량을 꼭 확인해야 한다. 2018년 6월 29일, 식약처가 식품첨가물공전 중 합성향료 목록에서 ‘C006 Capsaicin’의 지정을 취소하기도 했을 정도인데, 현재 시판 식품에 사용되는 캡사이신은 대부분 고춧가루 등에 함유된 천연성분이다.

라면은 한 끼 식사를 제공하며 칼로리와 영양소를 주는 고마운 음식이긴 하지만 다량의 매운 고춧가루와 봉지당 하루 권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고농도의 나트륨이 들어있고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군 발암물질(2A)로 정해 논 뜨거운 물로 조리하는 나쁜 음식이기도 하다. 특히 불닭볶음면에는 1회 제공량당 1,280mg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어 美 농부부(USDA)가 제안하는 하루 2300mg 권장량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동안 라면은 밀가루로 만들어진데다 나트륨 과잉섭취로 인한 고혈압 등 건강을 잃은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모든 가공식품이 그렇듯 좋은 점도 있고 반대로 흠을 찾다 보면 모두가 정크푸드가 된다. 가공식품은 어차피 인류와 함께 가야만 하고 천연식품만으로는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한다. 개별 성분의 존재 여부만으로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이번 덴마크의 불닭볶음면 3종에 대한 리콜은 음식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은 근시안적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인류가 오랫동안 먹어 온 음식에 대해선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 선택은 소비자들 개개인의 몫이다.

국가는 개별 성분과 건강 영향에 대해 라벨로 표시토록 하고 소비자는 구매 시 표시를 읽고 판단하면 된다. 즉, 이번 덴마크 리콜 사태는 국가가 나설 일이 아니고 시장에서 ‘표시에 기반한 소비자 선택의 문제’로 풀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