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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초콜릿 업계, 사용량 줄이고 대체 소재 눈 돌려
비상 걸린 초콜릿 업계, 사용량 줄이고 대체 소재 눈 돌려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6.2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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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생산량 대폭 감소…코트디부아르 선물 거래 중단
기후 위기로 고공 행진…EU의 산림전용규제법안도 걸림돌
네슬레·허쉬 초콜릿 함량·코팅 절반 이상 줄인 신제품 출시
스타트업 초콜릿프리·친환경 원료 개발 제과 업체에 공급

초콜릿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 높아 보인다. 한때 톤당 1만2200달러를 넘어섰던 코코아 선물 가격이 지난 5월 7138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다시 올라 지난 17일 9천228달러까지 상승했다. 이 가격은 올해 최저치인 4025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써, 전문가들은 코코아 가격 급등이 서아프리카의 공급 부족으로 시작됐지만 기후 위기와 큰 관련이 있기에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올해 12월부터 정식 시행되는 EU의 산림전용 방지 규정의 규제 대상 품목에 코코아가 포함됨으로써 업계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 생겨났다. 이러한 위기를 넘어서고자 업계는 친환경 및 코코아 대체재 개발에 몰두하며 다양한 초콜릿 대안 제품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aT도 이러한 움직임을 전달하고자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 코코아 업계와 시장 현황을 최근 소개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험난한 국제 코코아 시장

코코아는 카카오나무 열매의 씨앗인 카카오빈을 가공한 것으로 초콜릿의 원재료인 파우더 형태로 가장 많이 쓰인다. 코코아의 최대 생산국인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2023/2024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한 450만 톤에 그쳤다. 주요 생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인도량은 각각 20%, 35%가 감소했다.

이에 ICE 뉴욕 증권거래소 카카오 연간 변동성 수치는 2023년 10월 약 3.95%에서 2024년 4월에는 거의 18.73%까지 상승했으며, 코코아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작년 말부터 치솟던 코코아 시장 선물 거래량은 지난 3월 톤당 7000달러를 넘어선 이후 4월엔 사상 최고치인 1만2218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약 50년간 2700만 달러를 유지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상승치이다.

이에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규제기관인 르 콩세 카페 카카오는 심각한 생산량 감소로 인해 2024/25 시즌의 코코아 선물 거래 계약을 중단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며, 이 같은 카카오 수급 부족 현상은 우리 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불안으로 코코아 선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12월부터는 유럽의 산림전용 규제 법안이 정식 시행됨에 따라 초콜릿 업계는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수급 불안으로 코코아 선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12월부터는 유럽의 산림전용 규제 법안이 정식 시행됨에 따라 초콜릿 업계는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

오늘날 전 세계 카카오의 7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카카오 최대 생산국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코트디부아르로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2023/2024년 아프리카의 코코아콩 생산량은 약 310만 톤으로 추산되며, 그중 절반 이상인 약 180만 톤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코코아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서아프리카와 유럽 코코아 무역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2021년 유럽연합으로 수입된 카카오 열매의 44% 및 코코아 페이스트의 54%는 산림 파괴, 불법 목재 거래, 아동 노동 착취 등에 연루되어있다.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가에서는 초콜릿 한 개의 소매가격에서 약 5~10%를 임금으로 가져가며, 이들의 하루 수입은 고작 1.05달러에 불과하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는 코코아 수급과도 연관 있다. 농가에 돌아가는 수익구조가 낮으므로 노목과 흉작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다시 심는 재심률이 매우 낮다. 카카오나무의 최대 성장 기간은 10년이지만 성목까지 자라는 데는 5년 이상 걸리고, 생산 가능한 코코아콩 증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코코아 재배와 시장 구조의 악순환도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구조적 문제에서 희생당하는 서남아프리카 아동들은 약 63만 명에 달하며, 하루에 최대 14시간까지 카카오나무 위에 올라가 칼로 콩알을 깎는 등 위험한 노동을 수행한다. 여기에 코코아 농가의 약 1/3만이 보호 대상인 산림에서 운영되고 나머지 생산 농가에선 산림 벌채와 탄소배출의 환경적 문제와 불가피하게 연관되어있다.

● 12월부터 시행되는 EU 산림전용 규제

국제 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아동 노동의 5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며, 이 노동의 대부분은 코코아, 커피 등 산림 농업 분야라고 한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약 4억 2천만 헥타르의 숲이 사라졌다. 이는 전 세계 약 10%의 토지에 해당하며 유럽연합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이런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반복되는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감지한 유럽연합위원회(EU)는 2023년 6월 29일 산림 벌채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의 판매와 수출입을 금지하는 산림전용 규제 법안(EUDR)을 발효했다.

이로 인해 산림 벌채와 연관되어있는 커피, 대두, 코코아, 고무 등 7개의 산림 적용 생산품의 수입이 규제된다. 또 초콜릿뿐만 아니라 하위 제품인 코코아버터, 코코아 파우더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EU를 통해 거래되는 모든 초콜릿 제과 산업은 가장 엄격하게 산림전용 규제 법안의 적용을 받을 예정이다.

법안 발효 후 18개월의 적응 기간이 끝나는 올해 12월 30일 이후부터는 식품 공급망 전반에 걸친 운영자와 거래자는 규정에 명시된 의무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는 EU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액의 최소 4%에 달하는 과징금과 추후 EU 시장에 대한 접근이 불가할 수 있다.

아울러 법안이 발효된 시점 이후 2년간은 추가 검토를 진행해 2025년 6월경 해당 결과를 토대로 규제 품목이 확대될 예정이다. 규정 초안 당시 검토되었던, 산림전용 우려 품목인 돼지, 양, 염소, 가금류, 옥수수 등이 향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는 초콜릿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 초콜릿 업계는 비상이다. 일부 업체들은 순수 초콜릿 제품 대신 코코아 사용량이 적은 과일과 견과류를 넣은 그래놀라 바 제품을 내놓거나 기존 제품에는 초콜릿 코팅을 줄여 판매하고 있다.

네슬레와 허쉬가 대표적이다. 네슬레는 올해 1월 영국에서 초콜릿 함량이 기존 제품의 3분의 1 수준인 신제품을 출시했고, 허쉬는 '초콜릿 프로스티드 도넛 킷캣' 제품의 초콜릿 코팅을 절반으로 줄였다.

계속되는 코코아 생산량 감소와 인플레이션, EU의 산림전용 규제 법안에 대응해 글로벌 식품 스타트업 시장은 코코아와 코코아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코코아-프리(Cocoa Free) 혹은 트리-프리(Tree Free) 초콜릿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누코코(Nukoko)는 영국 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파바빈(Fava beans)으로 최초의 코코아 프리 초콜릿을 개발했다. 이 초콜릿은 산림 벌채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90%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잠두로 불리는 슈퍼푸드 파바빈은 단백질과 천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며 식후 혈당과 체중 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코코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독일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내의 다양한 식품 혁신 기업들과 개발 계약을 맺고 성장하고 있다.

또한 런던의 코코아 프리 제조업체인 윈-윈(WIN-WIN)은 GMO-Free 인증을 받은 귀리와 잊혀진 작물이라고 불리는 캐롭 등 곡물만 사용한 친환경 코코아 프리 초콜릿을 시장에 선보였다. 기존 초콜릿과 거의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력을 인정받아 현재 해당 기업명으로 전 세계 도매 식품망까지 진출하고 있으며,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 고객을 가지고 있는 최대 제과 공급업체인 마틴 브라운 그룹과 공동 계약에 착수해 지속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시르세 바이오사이언스(Circe Bioscience)는 코코아버터를 대체하기 위해 지방을 포함한 미생물인 트라이글리세라이드라는 분자를 통해 세계 최초의 가스 발효 기술 초콜릿을 개발 중이다.

또 독일의 플래닛 A 푸즈(Planet A Foods)는 귀리와 해바라기 씨를 원료로 하는 코코아-프리 초콜릿을 개발해 자국 스낵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세포배양을 통해 나무에서 생산되지 않는 코코아(Tree-Free)를 연구해 글로벌 제과 기업인 몬델레즈(Mondelēz International)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았다.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의 한 스타트업은 콩 100%를 활용한 친환경적인 초콜릿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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