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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차원 ‘전분산업 육성법’ 등 대책 시급
식량안보 차원 ‘전분산업 육성법’ 등 대책 시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7.0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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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물엿 등 가공용 고구마…저가 수입산에 밀려 국내 업체 명맥 유지 급급
고구마 전분, 존폐 위기…중국 수출 규제 땐 산업에 악영향
증산, 농가 소득과 직결…종자 개발 통해 가격 경쟁력 높여야
카사바 등 대체 작물 도입에 제약 등 고부가로 용도 확대를
국산 우선 구매·비축 사업 운영 필요…수율 높이는 기술도
식량안보연구재단 ‘전분산업과 현황과 지원육성 방안’ 세미나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 혼란에 대응한 최고의 백신은 식량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노벨위원회는 2020년 유엔세계식량계획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이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이-팔 사태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각 국가에서는 식량의 주원료인 곡물 등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식량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원료 수입 의존국인 우리나라도 이러한 상황에 맞춰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곡류(쌀, 옥수수, 밀 등), 구근류(감자, 고구마 등)의 주성분인 ‘전분’ 산업을 지원 육성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 농산물을 이용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분은 사실상 ‘고구마 전분’이 유일하지만 수입 전분과 비교해 3배가량 높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국내 고구마는 생산량의 5%가량이 전분용으로 쓰이며, 고구마 전분은 당면, 물엿, 주정의 제조를 위한 식품가공용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분용 고구마의 종자를 개발하고, 계약재배, 시설현대화,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육성 가능한 고구마 전분산업의 지원책이 펼쳐져야 하고, 더 나아가 ‘전분산업 육성법(가칭)’을 제정해 전분산업의 진흥·육성을 위한 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고려대학교 식량안보연구소 주최로 서울시 안암동 고려대에서 개최된 ‘전분산업과 현황과 지원육성 방안’ 세미나에서 박현진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국내 전분 생산업체는 1990년만 해도 100여 개 업체가 있었지만 현재는 중국과 유럽의 저가 전분 수입에 밀려 옥수수 전분을 생산하며 규모를 갖춘 업체는 대상, 삼양사, 사조대림, CJ제일제당 등 몇몇 업체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 이사장
△박현진 이사장

그는 “문제는 이들 업체도 생산량에 대해 모두 팔지 못하고 남은 재고 물량, 전분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 등에 대한 환경규제, 전분박 폐기물 처리비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전분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국내 전분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분 추출을 위한 생산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추출에 소요되는 시간 감소, 수율 개선 및 물 소비 감소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주장이다.

박 이사장은 “전분 추출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은 산업 수준에서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한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산업적으로 전분의 분리와 물의 재활용을 통해 물 소비를 개선할 수 있는 하이드로사이클론 기술을 활용하는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전분 생산 기술은 용제를 이용하지 않고 곡물 알갱이를 성분별로 분리하는 ‘Dry fractionation method’가 있다. 이 방법에는 밀도와 입자 크기 차이에 기초해 성분을 분리할 수 있는 ‘air classification’ 및 높은 전하를 띠는 단백질과 그렇지 않은 전분을 전자기적 방법으로 분리하는 ‘electrostatic seperation’이 있다.

박 이사장은 “현재 전분 생산에 있어 에너지 효율은 최소화하고 수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air classification, electrostatic seperation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단백질은 정전기 과정에서 동일한 극성을 띠기 때문에 정전기적 분리를 통해 단백질에서 전분을 분리하는 다소 어려움이 발생한다. 공기 분류를 통해 대부분 전분을 분리한다면 섬유질 등 다른 물질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병일 교수
△안병일 교수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전분산업 활성화에 따른 경제성을 분석하며 “국내 전분산업 활성화에 있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고구마다. 전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구마 전분의 국내 생산량 추정치는 3000톤이다. 수입량이 2만1215톤에 이르고 있어 약 14% 수준에 불과하지만 2021년 9.7%임을 감안하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가격이다. 국내 고구마 전분 가격이 kg당 3900원임에 반해 수입전분 가격은 1400원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구마 전분 수요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 등이 실시될 경우 국산 전분 수요는 현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경우 전분이 각각 5%, 10%, 15%, 20% 증가하게 되면 고구마 생산농가의 소득은 61.8억 원, 123.6억 원, 185.4억 원, 247.2억 원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광호 박사
△이광호 박사

이광호 식량안보연구재단 박사는 “1988년부터 중국산 당면 수입 급증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고구마 전분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그 이후 고구마 생산량 급감, 고구마 전분함량 저위, 고도화되지 않은 재배 방법 등이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산 고구마 전분 구입량에 따른 실적배분제도 유지, 전분용 고구마의 종자개발, 전분용 고구마 대규모 재배단지 육성, 계약재베 활성화, 시설 현대화 등 지원방안이 필요하며, 전분조합이 나서 ‘전분산업 육성법(가칭)’을 마련해 전분산업을 육성시키고, 전분가공시설을 지원하며, 전분의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한 비축사업 운영, 국산전분 우선구매의 법제화를 할 수 있도록 위상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고구마 전분 관련 산업은 현재 존폐 위기에 놓였다. 가장 큰 수입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 6월 1일부터 ‘식량안보 보장법’을 시행함에 따라 향후 농산물 수출 등의 제한이 예상돼 국내 수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분업체가 경영난에 직면해 전량 외국에 수입하게 된다면 국내 농가피해는 물론 산업전반에 큰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정부는 선도적 차원에서 고구마 전분산업의 지원 육성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은영 교수
△박은영 교수

박은영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국내 전분 개발 방향에 대해 전통적인 전분 작물인 옥수수, 감자, 밀과 같은 작물을 대체할 수 있는 카사바, 고구마 등 새로운 전분 작물의 개발이 필요하며, 식량뿐 아니라 제약, 화장품,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산업이 활성화되는 판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전분을 식품 소재로만 제한 활용한다면 산업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제약산업에서 응집제로 사용될 시 약의 형태를 고정하고, 복용 시 방출 속도를 조절해 다은 제약 소재에비해 활용 잠재력이 크다. 또 전분은 질감을 개선하고 흡수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화장품 원료로 사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전분은 자연에서 생산되는 소재로 화석연료 기반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로 사용이 가능하고, 이중 고구마 전분은 특유의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가식성 필름 제조에 용이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소비자들의 기피 가능성이 있는 화학적 변성을 대체할 변성 방법을 개발해 새로운 전분 작물이나 품종에 가능한 새로운 변성 방법의 적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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