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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 식품·비식품 용도 넓어 산업 활성화 절실
전분, 식품·비식품 용도 넓어 산업 활성화 절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7.01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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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수입 의존도 높아 가격 변동 위험 감소 전략 마련해야
감자 등 작물 작황 불안정…재배 단지 조성에 시설 현대화해야
국산 사용량 늘려야 시장 살아…생산량 증대, 정부 지원도 필요
업계 수율 향상 다각 노력…전분박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 추진
‘전분 산업 현황과 육성 방안’ 식량안보 세미나

전분당, 라면,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전분 산업의 지원육성 정책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았다.

전분은 곡류, 구근류의 주성분으로 이들 원료로부터 전분을 분리해 식품뿐만 아니라 산업용으로 널리 사용되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1980년대 100여 곳이 넘던 고구마 전분 공장도 대부분 폐쇄, 단 4개사만이 생산 중이다.

우리나라 전분산업이 쇠퇴한 원인을 분석하고 주변국들의 관련 정책을 조사해 산업을 지원 육성할 정책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지난 달 25일 ‘전분산업의 현황과 지원육성 방안’을 주제로 제30회 식량안보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사진=식품음료신문)
삼양사 식품연구소 소재개발팀 한정숙 팀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삼양사 식품연구소 소재개발팀 한정숙 팀장 (사진=식품음료신문)

◇한정숙 팀장(삼양사 식품연구소 소재개발팀) = 우리나라는 연간 200만톤의 옥수수를 가공해 140만톤의 전분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65% 가량은 전분당으로 제조되며, 나머지는 분말형태의 전분으로 제조된다. 대량생산에서 수율 0.5~1%는 매우 유의미한 숫자로 전분의 수율을 올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는 옥수수에서 전분을 높은 수율로 추출하기 위해 침지공정의 개선이나 옥피 탈수시 효소 처리를 통한 탈수 효율 증가 및 전분 회수율 증가 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원산지별, 품종별 최적의 침지조건 확립이 전분 제조 공장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전분을 제조하고 난 후 전분박 처리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옥수수의 경우에는 가공 공정 중 발생하는 부산물을 모두 발효용, 사료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고구마 전분의 경우 그렇지 않아 부산물을 고부가가치화하는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고구마박의 높은 식이섬유 함량을 고려한다면 불용성 식이섬유원으로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량안보 차원을 떠나면 우리나라에서 원료전분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산 고구마전분이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민들과 고구마 생산업체에 적절한 보상을 통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구마전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낮고 전분의 함량이 높은 품종의 개발과 저장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유럽은 감자전분을 거의 일 년 내내 생산하는데 반해 고구마전분의 경우는 가동일수가 한달 남짓으로 생산일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수확철 한꺼번에 생산된 원료의 저장을 통해 가동일수를 높이고, 이외에는 다른 전분 제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본다. 또 협동사업화를 통해 농민들의 권익보호와 계획 생산, 적절한 정부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영흥식품 서형수 회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영흥식품 서형수 회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서형수 회장(영흥식품) = 일본에선 고구마 수매 가격의 100%를 지원하고, 재원 마련은 수입전분에서 얻어진 이익금을 농가와 생산공장에 지원한다. 중국에서도 묘종 구입 때 일부 지원하고, 농민에게는 수확량에 따라 대량 생산자에게 더 많이 지원해 고구마를 더 생산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유럽도 감자 농가 또는 생산공장에 지원금액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지원 정책이 부족하다. 1976년 11월 ‘전남 함평 농민 고구마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7300여 농가와 광주대 교구가 연대 투장한 사건으로, 농협이 농민에게 고구마 수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일어났다. 그 이후 국내 고구마 생산은 쇠퇴기를 맞게 됐고, 주정 회사는 고구마를 수입하지 않고 수입 에탄올로 대체함에 따라 한국 고구마 농가가 급격히 줄어들어 생산 공장들도 줄이어 폐업하기 시작했다.

20년 전 전분 가격은 수입과 국산이 4~5배 차이로 수입산이 훨씬 저렴했으나 현재는 2배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20년간 우리 전분의 가격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작년 고구마 전분의 수입 가격은 1톤당 1100~1200달러였고, 1kg당 수입가격은 1800원이었으나 국산은 3900원이었다. 같은 기간 감자전분의 수입가격도 1톤당 1100~1200달러에 1kg당 1800원이었고, 국산은 1kg당 3200원이었다. 그럼에도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다. 단 1%라도 우리 식품업계가 국산 전분을 사용해서 저변을 확대한다면 전분원료 조달도 늘어날 것이고 전분 제조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지 이군호 발행인 (사진=식품음료신문)
본지 이군호 발행인 (사진=식품음료신문)

◇본지 이군호 발행인 = 가뭄과 고온, 폭우 등 세계 각국의 기상이변으로 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 카사바 등 전분 가공 농산물 작황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병충해가 창궐해 큰 피해를 주고 있고, 썩음병과 무름병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터라 농산물 절대 부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명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분 생산의 주원료인 옥수수의 가격은 현재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는 작황 부진으로 큰 폭으로 올라 정부 당국은 0 세율을 적용하며 안정세를 유지하도록 한 바 있다.

옥수수 국내 전분 생산업체는 전분당협회 5개 회원사가 독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옥수수 전분 생산액은 4244억 원이며, 고급 전분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고구마 전분 생산액은 234억 원에 그치고 있다.

또 국내 고구마 전분 생산량은 약 3천 톤에 불과해 수입량 2만1215톤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가격도 큰 차이를 보여 국내산은 3900원, 수입산은 1400원대이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는 경쟁력 저하로 4개 업체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국내 업체가 도산한다면 매년 농가에 수매대금으로 지급되던 50억 원이 중단돼, 농가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국내 고구마 전분 산업을 지키는 데 필요한 일들이 있다. 먼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전분 함량이 많은 고구마 종자를 개발해야 한다. 또 대규모 재배단지 조성과 고구마 전분 산업 시설 현대화, 폐수‧환경적 시설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공기관 사용 전분의 국내산 우선 구매와 국내산 고구마 이용 실적에 따른 수입 전분 링크 배분제도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효율적 방안 마련을 위한 법적인 보장도 필요하다. 전분산업진흥육성법을 제정해, 고구마 전분 가공기업을 지원하고 시설 개선과 전분 수급 조절, 가격 안정화, 국산 전분 우선 수매 등을 꾀해야 한다. 또 비축 사업 운용을 한국전분공업협동조합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현재 중국과 유럽의 저가 전분 수입 여파로 국내 대형식품업체인 CJ와 대상,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 등 4개사도 70~80% 가동밖에 못 하는 실정이다. 저가공세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전분 생산 수율을 높여 원가를 낮추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변성전분 또는 고부가가치 전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부 서동희 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부 서동희 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

◇서동희 교수(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부) = 전분은 식품 분야를 비롯해 비식품 분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 전분생산산업은 급격히 쇠퇴해 현재는 일부 대기업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전분생산의 수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중국, 유럽 등의 저가 전분의 수입으로 인해 국내 전분산업의 가격경쟁력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또 전분원료인 옥수수, 밀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의 위험을 안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 농산물로는 고구마가 유일하지만 고구마 전분 산업 역시 경쟁력 약화로 사양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내 전분산업의 사양화에도 불구하고 전분산업의 전후방효과와 산업수요 전망을 볼 때 국내 전분 산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전분의 주요 원료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높은 수입 의존도와 집중도는 국내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고 국제 시장의 국제 가격 상승과 변동에 취약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원료 수입 비용 절감과 수입 가격 위험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수입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진입장벽에 대한 완화와 새로운 전분 작물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신규 전분업체의 시장 진입을 도와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전분 작물 개발을 통해 전분 원료의 다양성을 높인다면 자국 내 전분생산의 증대로 이어져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밖에 선도거래를 통해 전분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유통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분의 식료품과 제지 생산에 한정된 산업수요는 여전히 산업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전분산업은 제약, 화장품,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 확대를 통한 산업 수요 창출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국가의 요구에 맞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과 글로벌 표준에 맞는 친환경 생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철호 식량안보재단 명예이사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이철호 식량안보재단 명예이사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종합토론의 좌장인 이철호 식량안보재단 명예이사장은 “국산 전분의 수요가 커지며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수입산 전분의 높은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을 국산 전분의 강점을 찾고 뛰어난 품종을 개발해 국산의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농촌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정부의 재정적, 외교적 지원 없이는 힘들지 때문에 적극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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