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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등 발효식품 영양성분표시 정책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9)
김치 등 발효식품 영양성분표시 정책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8.03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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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에다 원료·숙성도·시간대별 성분 편차…자율 적용 바람직

2020년 6월 1일 식약처는 떡류, 김치류 등에도 열량, 당류, 나트륨 등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영양표시는 당류와 나트륨 함량이 높거나, 섭취빈도, 섭취량이 많은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확대 추진됐다. 대상은 떡류와 김치류, 두부류, 베이컨과 젓갈류 등 모두 29개인데, 현재 레토르트식품, 빵, 과자 등에 영양표시를 하고 있다. 업체 매출액에 따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는데, 매출액 120억 원 이상 업체는 2022년, 50억~120억원 이상은 2024년, 50억원 미만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이 제도 시행에 많은 반대가 있는데,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은 발효 시간에 따라 영양성분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특성이 있어 제조 시점의 영양성분 표시는 혼란을 야기한다. 또한 농산물 원물은 원산지, 계절, 품종, 기온, 날씨, 숙성정도 등에 따라 영양성분 편차가 크다. 게다가 김치와 같이 생 채소를 원료로 하는 식품은 수분함량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 수분함량이 영양성분에 큰 영향을 주고 수작업을 주로 해 절임, 김치 속 넣기 등 사람별 편차도 커 제품 간 성분 함량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실시한 포기김치의 나트륨 함량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일한 브랜드, 같은 날에 제조된 김치도 개체 간 나트륨 함량이 20%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할 정도로 김치는 영양성분 편차가 매우 커 영양표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치는 보관, 유통, 소비과정 중 살아있는 미생물이 그 품질과 조성을 시시각각으로 변화시키는 발효식품이다. 발효(醱酵)란 효모, 세균 등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등을 생기게 하는 작용을 말하는데, 과거 냉장·냉동고가 없던 시절 슬기로운 조상들은 먹다 남은 음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활용한 기술이다. 해산물은 젓갈을 담가 먹었고, 배추는 김치로, 무는 단무지로, 오이는 오이지로, 콩은 메주로 장을 담가 먹기도 했다.

이렇듯 발효식품은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이 있어 발효를 중단시키지 않고 제품을 만들면 출시시점의 영양성분 표시와 판매·소비시점 최종제품의 조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종 김치제품에 영양성분이 다르게 표시되면 제조자는 표시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고 소비자에겐 혼란만 야기시킬 뿐이다. 한식메주, 한식된장, 한식간장 등 살균하지 않고 유통, 저장 중 발효가 일어나 영양조성이 변하는 비살균 발효식품의 경우 영양성분 표시 의무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다.

둘째, 주식(主食)이 아닌 부식, 간식이나 기호식품의 경우 영양성분 전체를 표시하기 보다는 관리가 필요한 특정성분만 선별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방안도 현실적이다. 김치류를 포함한 절임류는 주로 반찬으로 이용되는데, 소비자는 칼로리, 당 등 영양성분 보다는 오히려 나트륨 함량이나 신 김치인지 생 겉저리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차류는 기호식품이라 영양성분보다는 카페인 함량이 궁굼할 것이고 베이컨류, 건조저장육류 등은 간식류라 칼로리나 지방/단백질 함량 등에 민감할 것 같다. 주식이 아닌 경우 영양성분 전체를 표시하기 보다는 나트륨, 카페인, 칼로리, 지방, 단백질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고 표시를 통해 꼭 확인하고 싶어 하는 성분만 선정해 제품별로 중점 관리토록 하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

셋째, 모든 제도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이익이 커야 한다. 이 김치에 대한 영양표시제도는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과연 누구에게 이익을 줄까? 생산/판매자는 영양성분을 표시하고도 최종 소비단계에서 다른 수치가 나올까 봐 전전긍긍하므로 불편한 제도다. 소비자도 김치의 영양성분 표시에 관심이 없고 표시된 수치와 소비단계의 영양성분이 다를 수가 있어 헷갈린다면 이 제도는 득이 없어 불필요한 제도라 봐야한다.

대안을 생각해 봤다. 영양성분 섭취가 목적인 주식을 제외한 간식류나 반찬류, 기호식품에는 모든 영양성분 표시를 할 필요가 없고 의무가 아닌 자율적 적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김치에 영양성분을 표시토록 한다면 표준화가 가능한 자동화 대량생산 김치에 한해 적용하거나 생김치가 아닌 발효가 중단된 레토르트 살균김치 등에 적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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