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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HMR)의 역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7)
가정간편식(HMR)의 역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1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7.20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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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증가·코로나로 날개…열량 낮아 한끼 식사론 부족

지난 2일 식약처가 대형마트·온라인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컵밥(60개), 볶음밥(106개), 죽(88개) 등 254개 가정간편식 제품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열량·탄수화물·단백질 평균치가 하루 영양성분기준치에 모두 크게 미달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평균 324kcal 열량에 성분별로 탄수화물 57g, 단백질 9g, 지방 7g이었는데, 모두 권장 섭취량(성인 1인당 하루에 2000 kcal)의 20% 미만이었다고 한다. 특히 주요 섭취연령인 19~29세 남자의 경우엔 하루 에너지 필요량(2600kcal)의 12.4%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는 편의점 도시락(750kcal·28.8%), 라면 (526kcal·26.3%) 등 유사 식사류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국내 식품산업은 최근 10년 사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는데, 제조업과 외식업을 합쳐 2004년 92조 원에서 2019년 현재 250조 원을 넘어섰다.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2018년 기준 2조5220억 원으로 성장했고, COVID-19의 영향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COVID-19 사태로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외식산업, 건강기능식품, 유통·배달업의 부상, 패스트푸드와 가정간편식(HMR)의 인기까지 더해져 식품산업은 그야 말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HMR 시장이 가장 뜨겁다. 1인가구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주원인인데, 통계청의 2018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가구는 2017년 562만 가구를 기록하며 전체 가구 수에서 28.6%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 추세에 있다.

HMR 생산규모는 2017년 2조7000억 원에서 2019년 3조5000억 원으로 30%가량 늘었고, COVID-19 사태로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COVID-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대중이 모이는 식당 및 공공시설 기피, 재택근무 등이 더해지며 HMR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가정간편식은 집밥을 대체한다는 의미로 HMR(Home Meal Replacement)이라 불린다. 완성된 요리를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단히 데워 먹는 제품부터 손질된 재료를 담아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한 제품(밀키트)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식품들이 출시돼 안전 당국도 이에 발맞춰 안전관리 기준과 규격을 설정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최근 이들 간편식의 영양성분을 식약처에서 모니터링 한 결과 대부분이 저칼로리였고 하루 필요 열량의 20%도 못 미치는 상태라고 한다. 착한음식이란 무조건 칼로리가 낮고 살이 안찌는 음식을 말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가성비 높은 착한음식’이란 저비용으로 높은 칼로리를 주고 적게 먹고도 한끼 식사가 돼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열량,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 무조건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가 방송에서 떠드는 엉터리 전문가나 연예인들의 입을 통해 진실로 각인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속고 있는 것이 않은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밥으로 먹은 컵밥이 먹어도 밥이 되지 않는다면 손해를 본 것이다. 칼로리가 부족해 다른 음식들을 추가로 또 먹어야 하니 돈도 더 들어간다. 이번 조사결과 산술적으로 HMR 다섯 번을 사 먹어야 하루 열량이 공급된다는 것이고, HMR로 하루 세끼 세 번 먹은 사람은 칼로리 부족이 된다.

소비자들의 저칼로리에 대한 맹신을 제조업체에서 이용했을 수도 있다.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 말이 더욱 가관이다. “가정간편식의 경우 가격이 저렴해야 해 일부 영양소의 함량이 적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살균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한다.

사실 살균과정에서 가열로 손실되는 것은 비타민C 등 일부에 불과하고 그나마 열에 약한 이들 영양소들은 모두 칼로리와 관계없다. 엉터리 답변이고 결국 원가를 줄이고 이익을 키우기 위해 저칼로리를 썼다는 이야기다.

식약처도 가정간편식 섭취 시 부족한 열량·단백질 등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달걀 프라이 등과 같은 식품을 함께 먹을 것을 권장했다. 간편 한끼 식사를 위해 먹는 HMR인데, 이것저것 함께 더 먹어야 한다면 더 이상 간편식이라 할 수도 없고, 추가로 음식을 더 사 먹어야 한다면 소비자에겐 오히려 손해다.

식사대용으로 밥으로 먹은 음식이 한 끼 식사 열량도 공급하지 못한다면 HMR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다. ‘칼로리 낮은 저열량 HMR식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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