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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시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7)
소비자의 시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8.0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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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원하는 제도…식용 기간 늘고 경제적
과학적 기한 설정에 보관 시스템 뒷받침돼야

드디어 ‘유통기한’ 표시제가 ‘소비기한’으로 변경된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현재 식품 등에 표시되는 유통기한 대신 2023년 1월부터는 소비기한을 표시토록 함으로써 유통기한 경과 제품으로 인한 식품 폐기물을 감소시키고 국제 흐름에 맞게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국민의 인식 전환과 업계의 준비 등을 위해 2023년부터 시행되며, 우유 등 유통과정에서 변질이 우려되는 일부 품목은 유통환경 정비를 고려해 유예기한을 연장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사실 지난 30여 년간 사용해오던 유통기한 제도는 유통업체나 관리자를 위한 제도였다. 소비자가 식품 구매 후 집에서 언제까지 먹을 수 있고 언제 버려야 하는지 식품의 수명을 정확히 알려주는 바로 이 ‘소비기한’제도가 진정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도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기한 표시 제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인데, 제조일자만 표시하는 식품(과자, 조미식품 등)과 제조일 및 권장유통기한을 함께 표시하는 식품(빵류, 우유, 통조림 등)으로 이원화되었던 식품표시일자가 1990년 7월 1일부터 ‘유통기한’ 표시제로 일원화되었다. 이후 2002년 7월부터 제조업체별로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허용됐다. 식품안전인증제(HACCP) 등 위생관리시스템 도입으로 같은 품목이라도 개별 회사별로 시설, 인력, 위생수준이 달라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섭취기한(소비기한), 판매기한, 포장일자, 제조일자, 최상품질유지기한(상미기한), 최상섭취기한 등 다양한 식품 유통기한 표시가 활용되고 있다.

그 간 사용하던 기존의 유통기한은 판매할 수 있는 날짜를 말하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도 팔지 못할 뿐이지 구매 후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유통기한을 얼마만큼 지난 것까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 보관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더 길게 정할 수 있어 이익이다. 물론 온도 등 보관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0% 이상 더 늘일 수 있기 때문에 멀쩡한 식품이 반품, 폐기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가격 인하효과도 있다.

유럽연합(EU) 등 대다수 선진 국가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도 2018년부터 국제식품기준규격에서 유통기한 제도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제도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내 버려지는 식품은 매년 약 200조 원 규모인데, 이 중 20%인 40조 원이 유통기한 표기의 오해에서 비롯돼 아깝게 버려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유통기한 제도 때문에 약 1조 원에 육박하는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유통기한 경과제품은 물론이고 임박 식품까지도 마트에서 반품, 폐기대상이고 푸드뱅크, 복지시설에서 조차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 경제부서 주도로 식품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가격 인하효과를 낼 수 있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와 유통업체, 생산자 단체 등이 반대했고 안전당국이 이를 받아들여 도입되지 못했었다. 이런 난관을 뚫고 2023년 1월부터 소비기한 제도가 유통기한을 대신한다고 하니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우리 식품산업계는 소비기한 제도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단순히 시간만 연장되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으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식품폐기물 감소효과 또한 크지 않다고 본다. 콜드체인이 뒷받침된 ‘시간과 온도’를 함께 고려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소비기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정 보존온도를 벗어나면 소비기한 내에 식품이 상할 수가 있어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보관온도 감시는 한계가 있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감시시스템의 도입이 소비기한 제도의 성공에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기한 임박 제품에 대한 기부제도가 활발히 도입돼야 한다. 식량 자급율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나라에서 아깝게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들의 식품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관련 인식 개선과 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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