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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 맞은 막걸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0)
제2의 전성기 맞은 막걸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1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10.24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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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막걸리 MZ세대와 맞아…5000억 시장
지평주조 등 혁신성, 싸구려 이미지 바꿔 활력

농식품부는 지난 9월 14일 ‘제1차 농식품 규제개혁전략회의’를 열고 35개의 1차 규제 개선과제를 확정·발표하면서 올 4분기 내로 전통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막걸리를 전통주에 새로 편입시킨다고 밝혔다. 정부가 막걸리를 전통주로 인정한다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져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팽창할 가능성이 커‘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2~2016년 연간 3천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가 2019년 4,500억 원대로 급성장했고, 2020년에는 5천억 원대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막걸리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주 원동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늘어난 소비계층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맛과 재미를 더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막걸리를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 덩달아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막걸리 업체들은 더더욱 신이 나 MZ세대를 겨냥한 다채로운 색상과 맛의 제품 출시는 물론 이미지 개선을 위한 타사와의 다양한 협업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탁주, 지평주조, 국순당 등 빅3가 막걸리 시장을 이끌며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국순당은 ‘국순당 생막걸리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서울장수도 최근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시도하고 있는데, 지난 5월 파리바게트와 협업해 ‘장수 막걸리 쉐이크’를 출시한 한편,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을 통해 ‘솟솟막걸리’도 출시했다. 배상면주가는 프리미엄 막걸리 ‘느린마을막걸리 한번더’의 판매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전국 대형마트로 확대했다.

유통업체도 막걸리 신제품 개발에 가세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인절미 맛의 ‘설빙인절미막걸리’를 출시했고 롯데마트도 미국에서 100만여 캔 판매 기록을 달성한 과일 맛 막걸리 ‘마쿠’를 론칭했다. CU는 MZ세대의 수요를 고려, 요리 연구가 백종원과 손을 잡고 일반 막걸리보다 도수가 2배 이상 높은 14도짜리 프리미엄 막걸리 ‘백걸리’를 출시했다. GS25는 곰표와 손을 잡고 출시한 ‘표문막걸리’를 출시 이후 현재까지 15만 개 판매했다. ‘임창정미숫가루꿀막걸리’를 판매하는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막걸리 매출이 30% 신장했고, ‘솟솟막걸리’를 파는 이마트24도 판매고가 24% 올랐다.

게다가 막걸리에 대한 오해 중 하나인 싸구려 이미지가 해명된 것도 시장 성장의 큰 힘이라 생각된다. 사실 막걸리는 가격이 싼 것이지 제조 원가나 제품의 가치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통주라 세금 혜택을 보기 때문에 공급가가 저렴해 소비자 손에 싸게 갈 수 있는 것이지 오히려 제조 원가는 맥주 등에 비해 높다고 한다. 즉, 막걸리는 종량세 기준으로 1리터당 41.9원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가격을 1,000원이라고 보면 41.9원이 세금이고 원가는 500원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맥주 가격을 1,000원으로 계산하면 830원이 세금이고, 170원 정도를 원가로 본다.

막걸리는 예로부터 곡식으로 빚은 술이라 ‘곡주(穀酒)’, 우유처럼 흰 술이라 ‘백주(白酒)’, 흐리고 탁한 술이라 ‘탁주(濁酒)’등으로 불렸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과 같은 탄수화물에 누룩(효모+곰팡이/효소)과 물을 섞어 발효시키는데, 알코올 도수 6~13%다. 막걸리는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의미인 ‘막’과 거르다는 뜻의 ‘걸리’가 합쳐진 말로 ‘아무렇게나 걸러낸 술’을 뜻한다.

불행히도 일제강점기는 우리 전통주의 암흑기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세수를 목적으로 ⌜주세법⌟을 만들어 허가받은 사람만 술을 빚을 수 있게 돼 술의 품질이 규격화되면서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주종별 알코올 도수를 정해 물을 타지 않고 걸러낸 ‘탁주’와 물을 타서 희석시킨 ‘막걸리’를 공식적으로 구별했다. 게다가 6·25한국 전쟁 이후 식량이 부족하자 1965년 ⌜양곡관리법⌟에 따른 ‘순곡주 제조 금지령’으로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면서 수입 밀가루를 막걸리 원료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쌀 막걸리가 제조·판매되기 시작했다. 2010년 농식품부는 《전통식품규격집》 개정판을 통해 ‘막걸리’와 ‘탁주(濁酒)’를 같은 용어로 정리했다.

그러나 막걸리도 술이다. 술(酒)과 같은 기호식품은 기분과 분위기를 위해 적당량 마셔야지, 건강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해 과음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하루 반병 정도 막걸리를 적당량 즐기는 것은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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