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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화’ 첨예한 대립
‘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화’ 첨예한 대립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2.22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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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복합·비정량적 요인 많아 신뢰 저해·분쟁 조장
법으로 강제 안 될 말…연평균 매출액 대체가 효율적”
학회 “외국엔 없어…K–문화 확산 속 우려되는 규제”
예비 사업자 “깜깜이 계약 낭패…분쟁 방지 차원 필요”
공정위 법안 폐기 부정적…“정보 공개돼야 상호 신뢰”
권명호 의원-프랜차이즈학회 정책 토론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의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해 글로벌 프랜차이즈 시장에 역행하는 ‘갈라파고스적 사고방식’이라는 주장과 예상 매출액 제공도 없이 가맹사업자를 모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이 아니거나 동일 영업표지로 가맹계약 체결·유지 중인 가맹점사업자가 100개 이상인 가맹본부는 가맹계약 체결 시 1년간 예상수익 범위 등을 담은 ‘예상 매출액 산정서’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허위·과장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 벌금, 산정서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미래의 매출액을 예측해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신의 영역’에 속해 이를 법으로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한다. 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를 폐지하고, 공정위에 제출하는 전체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액으로 대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정현식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현식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현식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가맹점 매출은 사업자 역량, 상권·거주자 특성 등 대내적 요인과 감염병 확산, 법‧제도 변화,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 대외적 요인 등 무수히 복합적이고 비정량적인 요인들도 결정된다”며 “비현실적인 예상 매출액을 서면으로 제공한다면 오히려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분쟁이 과도하게 조장되고, 양자간 신뢰와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 신청 유형 중 허위과장 정보제공 금지의무 관련은 1362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체 분쟁 건수의 20%에 해당된다.

이런 가운데 22일 권명호 국회의원실과 한국프랜차이즈학회 주관 국회에서 열린 ‘갈라파고스적 규제에 빠진 K-프랜차이즈 이대로 둘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은 가맹본부의 예상 매출액 제공 의무화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적 규제’이며, 오히려 ‘세계적 웃음거리’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예상 매출액은 가맹희망자가 가맹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가 되는 한편 가맹본부가 예상 매출액이나 수익을 부풀려 제시하면 가맹희망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수익이나 예상 매출액이 합리적 근거에 의해 정확하게 산출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의 프랜차이즈법제는 예상 매출액이나 수익에 관한 정보 제공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규제가 가장 심한 호주 프랜차이즈법은 가맹본부가 수익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가맹희망자가 선정한 독립적 회계사가 그 수익전망치를 평가해 독자적으로 조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수익이 예상치나 추정치로 구성돼 있을 경우에는 추정을 신뢰할 수 있는 사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반면 우리 가맹사업법은 원칙적으로는 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면서도 일정 규모의 가맹본부에게 예상 매출액 산정서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홍 유통법학회장(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최영홍 유통법학회장(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최 회장은 “법은 불가능을 요구하면 안 된다. 미래의 매출액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는 신의 영역에 속한다. 물론 예상 매출액의 편차를 1.7배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가맹점 운영 실적에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해 지키기 어려운 편차이자, 편차의 기준을 정할 합리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규제 대상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대기업 계열 가맹본부나 다수 가맹점을 가진 가맹본부는 사회적 평판에 매우 민감해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 이에 반해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가맹본부는 부정확한 정보를 통해서라도 가맹사업을 확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가맹희망자 피해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예상 매출액 공개를 이런 식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K-문화가 전 세계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들로 인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가맹본부의 경우 예상 매출액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거나 잘 운영되는 가맹점 또는 직영점 매출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본부 측 설명만 듣고 덜컥 가맹계약을 체결했다가 낭패를 보고 분쟁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예상 매출액 산정서 의무 제공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알아보고 있는 한 예비 창업자는 “해당 점포의 예상 매출액도 모른채 가맹사업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냐”며 “휴대폰에 오는 문자를 보면 이름도 모르는 프랜차이즈 회사가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가 수없이 날라온다. 일정 규모 가맹본부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가 갈라파고스적 사고방식’이라는 주장과 예상 매출액 제공도 없이 가맹사업자를 모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섰다.(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가 갈라파고스적 사고방식’이라는 주장과 예상 매출액 제공도 없이 가맹사업자를 모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섰다.(제공=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편 공정위는 예상매출액 공개 의무 폐기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김성근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예상 매출액 등 창업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하는 기본”이라며 “매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및 가맹점 통계를 집계하고 있는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사업법이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지만 수치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규제 타파를 주장하기 전 불공정거래 행위 등에 대한 업계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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