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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거센 압박에 식품 업계 냉가슴
물가 안정 거센 압박에 식품 업계 냉가슴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4.0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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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가격 인하…라면 등 업종 전반 확산 분위기
정부 이어 소비자단체도 가격 인하 성명서 발표
이익률 낮은 업종 재료비·인건비 등 상승 도외시

물가 안정을 토대로 식품 기업을 향한 정부의 압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근없이 지나치게 채찍만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1일부터 B2C 밀가루 제품값을 평균 6.6% 인하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CJ제일제당 영등포 공장을 방문한 이후다. 송 장관은 현장에서 빵 등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밀가루 가격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한훈 농식품부 차관이 식품산업협회에서 19개 식품 기업과의 간담회를 통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가 지속되고 있다 지적하며 물가 안정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18일에는 대통령이 과도한 가격 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은 상태다.

소비자단체 역시 압박이 거세다. 한 소비자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주요 식품 기업들은 하락한 원재료 가격을 즉시 출고가, 소비자가에 반영해야 한다. 한 번 올린 소비자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짧은 기간 유례없이 올린 식품 가격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CJ제일제당의 가격 인하 결정은 사실상 정부 압박에 백기 투항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제분, 삼양사도 B2C 밀가루 가격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밀가루는 시작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설탕과 식용유 가격 인하도 순차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설탕의 경우 담합 의혹이 조사되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며, 식용유 등 유지류 역시 최근 1년간 가격 지수가 30%가량 하락했다는 이유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불똥은 이제 식품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심과 삼양식품의 라면 가격 동결이다. CJ제일제당 밀가루값 인하와 상관없음에도 라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작년 7월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업계는 제품가를 4~5% 인하한 바 있다. 그 사이 식재료,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이 상승했음에도 이번 가격 동결은 사실상 가격 인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타 품목 식품기업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입장과 달리 가격 상승 요인이 더 큰데도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정부가 강도 높은 물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물가상승의 원흉을 식품기업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최근 몇 개월 국제 곡물가가 하락했다고 이를 식품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원재료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상승해 현재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여전히 가슴팍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재료 상승폭이 컸던 지난 2년간 가격을 동결하며 정부 물가안정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음에도 가격까지 인하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할당관세를 앞세워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미 고점을 찍은 원재료 가격은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해도 업계의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작황이 안 좋아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관세를 없앴으니 제품값을 내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통 식품은 영업이익률이 많아야 5% 내외다. 1000원 짜리 한 개 팔아도 50원이 남는 경우다. 가격 자체가 낮은데다 재료비, 인건비 등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번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로 식품만 타깃이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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