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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열무김치로 본 학교급식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5)
개구리 열무김치로 본 학교급식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6.27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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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급식 직영 전환, 고비용에 안전 문제 해결 안 돼

지난 6월 16일 학교급식 식판에 축 늘어진 이물질이 개구리 사체로 밝혀져 학교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급식 열무김치 국수에서 죽은 개구리가 발견된 것이다. 학교 측은 곧장 사과문을 올리고, 납품 업체를 불러 진위 파악에 나섰고, 식약처도 학교를 방문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보름 전 서울에 있는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급식용 열무김치에서 반쯤 잘려있는 개구리가 나와 큰 논란이 일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열무김치에서 개구리가 나왔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식품은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hazard)에 오염된다. 1990년 이후부터 농약, 중금속 등 화학적 위해의 안전관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토양과 물로부터 기인된 곰팡이, 병원성세균, 바이러스, 원충 등 생물학적 위해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최근 초코케익 살모넬라 사건, 유럽발 병원성대장균, 수산물 콜레라 등 세균 문제가 급증하고 있고, 구제역, AI(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위해도 예방이 어려워 당분간 생물체가 인류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매년 3백여 건의 식중독으로 5~6천여 명 정도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다. 주원인인 생물학적 위해는 농수축산물 원료유래 또는 사람에게서 교차오염되므로 완전 예방이 불가능하다. 물론 개구리 사체는 식중독 사건이 아닌 이물질이다. 그러나 열무김치처럼 더 이상의 가열처리 없이 바로 먹는 식품에 개구리나 벌레, 해충 등의 생체가 오염돼 있다면 이를 먹은 사람에게 질병이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동물들은 사람에게 전염병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체를 태생적으로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1953년, 우리나라에서 학교급식이 처음 시작됐다. 물론 처음엔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의 지원으로 무상급식이 이뤄지다가 1972년이 돼서야 우리 힘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1977년 학교급식용 식빵을 먹은 한 학생이 식중독으로 숨지면서 중단되기도 했었지만, 1981년 「학교급식법」 제정으로 다시 부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98년부터 다시 학교급식이 재개되면서 현재 초․중․고교 1만여 개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한해 학교급식에 지원하는 돈은 5조 6천억원대다. 이 돈을 쏟아 붓고도 저질급식에 수백 명의 집단식중독 사건이 매년 벌어지고 대규모 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어 늘 불안하다.

2006년 6월, 사상 최대의 ‘학교급식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사고’가 위탁급식인 C사에서 관리하던 학교에서 발생해 3천여 명의 환자가 보고된 적이 있었다. 그 대책으로 한 달 만에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면서 그 간 직영과 위탁으로 운영하던 학교급식을 2010년 1월부터 직영급식으로 전환했다. 물론 공간 등 예외적인 경우 위탁급식을 허용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학교급식 식중독사건의 대책으로 위탁을 직영으로 전환한 것은 누가 봐도 엉터리였다. 당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양사 등 급식담당인력의 학교 내 정규직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이익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국회, 교육부가 화난 학부모의 여론을 등에 업고 만들어 낸 졸작이었다.

이번 열무김치 개구리 사건을 보더라도 직영체계는 급식의 안전에 문외한인 학교장이 관리의 책임을 지고, 교육의 일환이라는 명목 아래 식품안전관리의 전문성이 부족한 교육부가 학부모들을 활용해 급식의 안전을 책임지다 보니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용 면에서도 직영은 손해다. 학교장이 직접 영양 및 위생관리 담당자와 조리원을 고용해서 운영하다 보니 인건비가 높아지고 인상 요구,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문제 등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게다가 식재료의 구매를 학교별로 하다 보니 원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양사가 위탁급식회사에 직원으로 있으면 안 되고, 학교에 교사로 있으면 안전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위생․안전과 무관한 유기농, 친환경농산물, 우리농산물, 로컬푸드가 대안으로 받아들여져 원가만 올리는 꼴이 됐다. 단가는 한정돼 있는데, 무슨 수로 이들 프리미엄 제품을 납품하겠는가?

한편, 위탁급식은 비용 면에서 이익이 크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은 규모의 경제다. 주어진 급식비 범위 내에서 식재료의 대량공급 및 공동구매, 위생처리시스템의 표준화 및 보급, 위생관리 전문인력의 공동 활용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가성비와 급식을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기업은 PL법(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책임소재도 분명하고, 식중독 사고 발생 시 해당 점포 뿐 아니라 기업 브랜드 전체에 악영향을 줘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HACCP 등 예방적 안전관리시스템을 철저히 도입,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품안전 사고는 매 번 본질 따로, 대책 따로라 해마다 유사한 사고와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학교의 주어진 상황에 맞게 위탁과 직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 환경을 보완해 줬음 한다. 사실 학교급식 식품안전사고의 본질은 ‘위탁 vs 직영’ 문제가 아니다. 급식의 운영방식과는 관계가 없고 청결한 식재료를 활용해, 조리종사자들의 개인위생 준수와 안전 전문가의 빈틈없는 관리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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