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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설탕 대체 감미료 경고 소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2)
WHO의 설탕 대체 감미료 경고 소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3.06.19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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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감미료 자제 권고안, 학계 의견 엇갈려
순기능 외면…단맛 탐닉 경고한 메시지로 봐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로슈거’ 열풍의 중심에 있는 설탕 대체 감미료(甘味料) 섭취를 자제하라는 권고안을 지난 5월 15일 발표했다. 이 안은 2015년 ‘설탕 섭취 제한 권고안’과 2022년 ‘무설탕 감미료의 건강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이은 세 번째 결과물인데, “인공감미료로는 살 안 빠지고 당뇨 위험을 준다.” 그리고 “무설탕 감미료를 체중을 조절하거나 당뇨, 심혈관 질환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인공감미료에는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시클라메이트,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이 포함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시장에선 설탕 대신 감미료를 첨가한 식품과 음료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고 설탕을 빼고 대체 당으로 단맛을 내는 '제로슈거' 열풍이 부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WHO가 “인공감미료는 체중감량에 효과가 없고,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잠정 권고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 WHO의 지침은 “감미료가 건강에 이롭지도 않지만 해롭지도 않다.”는 이전 메시지보다 훨씬 더 감미료에 부정적이라 논란거리다.

인공감미료의 안전성과 체중감량 효과에 대해 산업계는 반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어 소비자들은 계속 헷갈리는 상황이다. 국제감미료협회와 칼로리관리위원회(The Calorie Control Council)는 WHO의 권고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영국 캠브리지대 니타 포로우히 교수(공중보건 및 역학),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톰 샌더스 교수(영양학), 애스턴대 듀안 멜러 박사(영양사) 등이 감미료의 사용을 긍정적으로 본다. 반면 미국 시카고대 의대 찰스 저먼 교수, 의사회의 맥버넷, 호주 디킨대 등은 WHO에 동의해 첨가물과 가공식품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설탕 대체 감미료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장일단이 있어 전반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WHO의 이번 지침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식생활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200여건의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했고, 식품첨가물로서의 감미료 섭취량, 섭취형태로 그 인체 영향을 본 것이 아니라 감미료 물질 자체를 본 것이라 현실적이지 않다. 이번 WHO의 연구는 연구 기간도 부족하고, 감미료의 종류와 신체 조건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인공감미료의 유해성을 단정 짓기 어렵다. 사람마다 내적요인이 다르고 인공감미료를 먹는 양, 기간 등이 각각 다르고 함께 섭취되는 식품 등 외적요인도 다양해 따져봐야 할 게 많아 이런 결론을 쉽게 내서는 안 된다.

또한 WHO 이사 프란체스코 브란카의 주장인 “체중 조절을 원한다면 첨가당(유리당)을 대체한 인공 감미료가 아니라 천연당이 들어 있는 과일이나 무가당 식품 및 음료를 섭취할 것”도 따져봐야 한다. 이 역시 추가로 설탕 대신 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탐닉하지 말라는 경고 즉, 원래 식품이 갖고 있는 고유의 단맛까지만 즐기라는 것이지 감미료가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감미료가 설탕을 대체한다면 객관적으로 체중 감소에는 효과가 있다. WHO의 하루 첨가당 섭취 권장량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50g, 10 티스푼) 미만이다. 설탕의 1g당 에너지양이 4 Kcal라 당도가 높으면서도 에너지가 거의 없는 감미료는 당연히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론상으론 설탕이 들어간 음료 한 캔을 감미료가 들어간 캔으로 바꿔 매일 한 캔씩 섭취할 경우 체중을 1kg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2015년 10월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던 WHO의 제2의 ‘육류 발암물질 사태'가 생각난다. 당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그러나 고기를 섭취하지 않았을 때의 건강영향에 대한 비교가 없었고 음식이 주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균형되게 판단하지 못한 편협된 시각이라 결국 IARC의 결론은 고기 섭취량을 줄이자는 일종의 경고라고 선언적 의미 정도로 평가받았다. 술도 마찬가지다. 알콜은 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지만 이익이 크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금지하지 않고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전통 국민식품인 젓갈도 이미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젓갈의 장점은 관심 없고 흠만 본 것이다.

감미료 등 대체 당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다. 대체 당 감미료를 따로 먹는 것이 아니라 가공식품에 적당량 첨가돼 단맛을 즐기면서 혈당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당뇨,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순기능이다. 그리고 설탕과 칼로리를 줄여야 하는 비만 인구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Calory watcher들은 감미료를 잘 사용하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감미료는 모두 체내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므로 혈당치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당뇨환자용 설탕대체제로 좋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처가 승인해 국내 사용 중인 감미료는 총 22종인데, 우리 국민이 먹고 있는 감미료는 1일 섭취허용량(ADI) 대비 1%도 안 돼 현재 탐닉하고 있지도 않으며 가공식품에 많은 양이 들어있지도 않다. 성분으로만 본다면 모든 첨가물은 독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장점이 크고 이익이 커 평생 부작용을 주지 않는 양의 범위 내에서 안전문제를 어느 정도 감내해 내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WHO의 잠정 권고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인간의 단맛 탐닉과 감미료의 의존성을 경고한 선언적 메시지 정도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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